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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꼭 읽어야 할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독서 후기

by momharu 2025. 7. 21.

독서하는 노년 여성 관련 이미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잘 살아온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특히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기고 나니, 지나간 날들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그런 나에게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지금껏 외면해 온 후회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선택들이 책장마다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말기 환자들을 돌봐온 일본 호스피스 의사 오츠 슈이치가 수많은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기록한 생생한 이야기다. 그들이 생의 끝자락에서 가장 많이 후회했던 25가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순간들이지만, 막상 돌아보면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고 가슴을 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땐 왜 그렇게까지 참았을까” –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던 시간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반복되는 후회가 있다. 바로 ‘나답게 살지 못한 것’이다.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다가, 직장과 가족에 헌신하느라 자신의 감정은 늘 뒷전이었던 이들의 이야기. 그중 일부는 내가 걸어온 길과 너무 닮아 있었다.

특히 ‘그때 화내도 됐는데, 나는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고, 하고 싶던 일을 포기한 채 살아온 건 결국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라는 후회들이 나에게 꽂혔다.

지금 생각하면, 화낼 수 있었던 순간에도 참고, 내가 원하는 것보다 가족의 바람을 먼저 생각했고, 누군가가 서운할까 봐 내 감정을 눌러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런 선택들이 모여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인생 후반에 이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느낀다. ‘내가 나를 좀 더 소중히 여겼다면, 지금의 후회는 덜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순간들

책을 읽으며 가장 울컥했던 장은, “가족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할 걸”이라는 후회였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던 가족에게, 우리는 오히려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 역시 그랬다.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따뜻한 말 한마디는 제대로 건네본 적이 없었다. 무뚝뚝한 부모, 말 없는 아버지, 늘 바쁜 어머니… 우리 세대가 자주 듣던 그 말들이, 나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느끼고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책 속의 환자들이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딸에게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사실 말할 수 있는 시간은 늘 충분했다. 단지 그 말을 꺼낼 용기, 부끄러움을 넘을 계기, 그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이 부족했을 뿐이다.

책을 덮고, 나는 자식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늘 고맙고 사랑해.” 그 말 하나에 답장이 왔다. “나도 그래요, 아빠(엄마).”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왜 이렇게 늦게야 실감하는 걸까.

“인생의 끝에서 배운 것” –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할 것들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는 그저 아픈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각각의 후회 뒤에는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당신은 아직 살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는 따뜻한 격려.

나는 이 책을 노년기에 읽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꼈다. 아직 말할 수 있는 입이 있고, 누군가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미뤄둔다. 언젠가 시간이 생기면 하겠다고.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 ‘언젠가’는 절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말하자. -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찾아가자. -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시작해 보자. - 그리고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며 살아보자.

늦지 않았다.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 후회가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나에게 인생의 남은 시간에도 충분히 의미와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채운다면, 언젠가 이 삶의 마지막에서 나도 조용히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잘 살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