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자 하는 시니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통해 이들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령자 일자리 정책이 직면한 현실과 과제를 사회참여, 인센티브, 전환교육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사회참여: 반복 업무를 넘어 경험이 살아나는 구조로
정부가 운영 중인 고령자 일자리 사업은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으로 나뉘며, 그중 공공형은 도로 정비, 학교 업무 보조 등 단순 작업 위주의 업무가 많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저소득층으로, 생계 보조나 일상 유지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들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고령층이 ‘지식 제공자’, ‘지역사회 파트너’, ‘세대 간 연결자’로 활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점차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퇴직 교사나 공무원 출신 시니어들이 청소년 멘토링, 마을교육 네트워크 등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고령자의 자존감 회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스마트기기 교육을 지원하는 ‘디지털 도우미’ 역할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시범사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고령자 맞춤형 사회참여형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소속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일자리 설계가 요구됩니다.
인센티브: 참여를 지속시키는 보상 체계 마련
고령자의 일자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한 기회 제공을 넘어서, 왜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현재 공공형 일자리의 평균 활동비는 월 30만 원 안팎으로, 시간 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고 생활비로도 충분치 않은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시간 유연성 확대, 성과 중심 보상 체계 도입 등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무 교육을 이수한 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참여할 경우 보상이 누적되는 구조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간기업과 협업해 시니어 인턴십, 직무 전환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며,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봉사활동 시간 인정, 지역 커뮤니티 포인트 제공, 건강보험료 감면, 문화활동 할인 등 비금전적 혜택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층의 노력과 기여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이들의 일자리 참여가 단기간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회참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환교육: 일에서 멈추지 않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할 기회’만 주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고령자들이 새로운 업무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본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역별 교육 편차가 크고, 콘텐츠가 실무와 맞지 않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신중년 아카데미’나 ‘인생 3 모작 센터’ 같은 사업이 있긴 하지만, 실제 재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디지털 활용 능력, 고객 응대, 직장 예절 등 실용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고령자 눈높이에 맞는 교육 방식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심리적 전환과 자존감 회복을 위한 상담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재적응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교육과 일자리 매칭 시스템 간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교육은 받았지만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교육 → 자격 인증 → 실제 업무 연결’까지 한 번에 이어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고령층도 자신 있게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는 단순한 소득 보전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것을 넘어서, 그 참여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고령자를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사회와 지식을 잇는 연결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